1996년 수능시험을 의정부에서 치뤘다.
수능이 끝난 그날 저녁 비가내렸는데, 우산이 없어서 터덕터덕 비를 맞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능시험 전날 밤 11시까지 용산에서 야근을 했고, 3호선 대화방면 지하철은 못 탈것 같았다. 용산에서 1호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간뒤 다시 한참을 걸어서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막차즈음 차를 탔던게 기억난다.
그 버스엔 사람이 그득했다. 차가운 바깥 기온과 버스안의 눅눅한 공기는 차량 안의 공기를 덮혀왔다. 창 안쪽으로 송글송글 맻혀진 물방울이 중력에 이끌려 빗방울 자국처럼 아래로 흘러내린다.
불광즈음 자리가 나서 앉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서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우겨넣듯 지식들을 머릿속에 채워갔다. 하지만 곧 버스 멀미가 다시 발목을 잡는다. 책을 다시 가방에 넣고 눈을 감았다. 머릿속 공부의 기억들을 되새기는 사이 버스는 삼송을 지나고 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있었고 교문은 가로등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허기진 상태로 어둑한 언덕 골목을 터벅터벅 걸으면서도 머릿속엔 학교다니며 배웠던 내용들을 하나씩 꺼내서 되새기고 있다. 지금같으면 편의점이 이곳저곳 있었을텐데 그땐 그런 곳이 없었다.
집에와서 땀내나는 옷을 갈아입고 요를 깔고 봄가을에나 쓸법한 이불을 덮으니 스르륵 눈이 감겨왔다.
그게 스능시험 전날 내 기억의 전부였다.
힘들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는 삶 그 자체였다.
그럼 2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좀 나아졌을까?
앞으로 바로 이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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