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기 광고조차 고효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저효율을 선택하라는 기성세대와 정치협잡꾼, 그리고 미래적 개념이 결여된 고령층이 사회 기득권을 차지한 세상.
사회의 효율성 추구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며 나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선택하고 출근 차편을 선택하고 점심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순간조차 자연스레 행해지는 절차들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내면에서 이런 행위들을 하도록 체득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는 교육시스템과 가정 내 교육과정, 미디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스며들었다.
드라마에선 치열한 머리싸움과 효율적 전술을 통한 권선징악을 보여주고, 경선프로그램은 경쟁자를 제치고 승리한 사람들에게 모든 기회를 몰아주며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준다. 이런 미디어의 무분별하고 선정적 콘텐츠는 세상을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못 믿겠는가?
한정적이고 희소한 자원 쟁탈
은연중에 아이에게 "그렇게 하는 건 비효율적인 거 같은데?"라는 말이 튀어나온 적이 있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가 더 빠른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해준 말인데, 이 말이 내내 마음에 얹혀 속을 쓰리게 했던 적이 있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도록 놔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왜 비효율적이라고 은연중에 말했던가? 생각해 보면 결국은 경제적 이유가 있었다. 물론 경제적이란 말속엔 시간이 포함된다. 시간은 돈이지 않나.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아이가 뭔가를 해보려 할 때 그냥 놔둔다.
"해봐"
다른 아이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인 하다 하다 안되면 소리 지르며 울면서 나에게 온다.
"도와주세요."
그럼 난 아이 손을 잡고 놀이방으로 가서 어려워했던 것이 뭔지, 하기 위해서 뭘 했었는지 되도록 따뜻한 말로 다독이며 질문한다. 아이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아빠가 빨리 도와줬으면 이렇게 안되지 않았을 거(시간 낭비하지 않았을 거) 아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꺼이꺼이 울먹이는 아이의 말속에 내가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해왔던 건지 여간 마음이 쓰였다.
그렇다. 양육하는 순간마저 시간을 쪼개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안배하려 했던 거다. 이까짓 읽히지도 않을 글을 쓴답시고 자투리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행동하던 그 순간순간이 아이에겐 아빠와 놀 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로 작동했던 것이라 생각되었다.
일하고 돌아와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돈 몇 푼 욕심으로 글이라도 쓰려고 애쓰던 짓들이 떠오른다. 별거 아닌 시간조차 아이를 위해서 온전히 쓰지 못하고 효율적으로 행동한 거다.

나름 위안을 삼으며 말이다.
매우 비효율적인 선택
돈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댓글과 뉴스를 접하며 시작한 이 글들은 어쩌면 사회를 리드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로써 자위적 선택이 아닐지 싶다.
적어도 그대들의 고통을 더해준 사람은 아니었으며, 적어도 무능력한 신입직원을 가르쳐보지도 않고 내치는 관리자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적어도 사람에게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와의 경험은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란 확신마저 들게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조카 세대인 25세~36세의 조카들에게 아이를 낳는 건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을까?
난 자신 없다.

적어도 월소득을 기준으로 나보다 더 나은 내 조카들에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효율적이라 말해줄 수 없다. 과거 생각에 사로잡힌 고령자들의 표현처럼.
"제 먹을 건 가지고 태어난다"는 나보다 더 어르신들의 한가한 가르침 따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나조차 감히 조카들에게 어서 아이를 낳으라고 말해주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 세상은 모든 것에 효율성을 들이대면서 왜 젊은 이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일까? 떠오르는 갖가지 이유들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이번엔 다루지 않는다.
출산과 양육은 일단 개개인들에게 매우 비합리적 선택이며, 비효율적 선택이란 확신은 든다.
그럼에도 젊은 제군들은 나와 다른 선택을 하길 바라는 것이기에 비효율적인 글을 시간을 쪼개어 써본다.
'경제정보와정책 > 경제관련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출산의 덫 - 과잉 교육과 고학력 잉여인구 (0) | 2025.05.12 |
---|---|
저출산의 덫 - 유한계급을 추앙하는 사회 (1) | 2025.05.09 |
저출산의 덫 - 경쟁사회 속 잠재된 불안(회사, 고용, 경쟁, 영업조직) (5) | 2025.05.06 |
남성, 여성 인구 증감과 드디어 무너지는 5100만명 인구수 (0) | 2025.05.04 |
전국에서 세대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과 감소한 지역 (0) | 2025.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