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선망하게 된 유한계급, 아니 모두가 선망하는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 1899년)
조금 솔직한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주제로 접근해 보려 한다.
우리 사화가 급격한 경제성장과 욕망의 도가니로 하루하루 들끓는 사화가 된 것은 내 기억에 그리 먼 과거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온갖 광고와 미디어, SNS들의 부추김이 여과 없이 시청자와 아이들에 노출되어, 그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 또한 그리 긴 과거의 일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대세의 흐름에 직접적 노출이 된 세대는 확실히 달랐고, 이를 받아들이는 세대의 격차는 또 다름은 확실하다.
1. 모두 노출되었지만, 받아들임이 달랐다.
과거 우리가 보던 예능 프로그램은 고단함을 베이스로 난관을 헤쳐나가는 류의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은연중에 부를 과시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삶이 표준인양 변질되어 갔다.
1) 2007년의 "일박이일"의 동질성
"일박이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배고파하는 연기를 하는 것인지 실제로 배고픈 것인지를 논하는게 아니라, 그 콘셉트가 그러했다. 출연자들은 그 당시의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한 경쟁적 게임을 진행했고, 승자는 푸짐한 식사를 대접받으며 여유를 부리고, 패자는 한 끼가 되지 않는 쌀밥 한 그릇으로 "부러움"과 "배고픔"을 표현했었다. 일대의 혁명적 사건이었던 제작진과의 야외취침 대결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한 경쟁도 보여줬었고, 그날 촬영진 100여 명은 야외취침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 냈었다.
출연진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알지 못하며, 강호동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가 얼마인지도 알 수 없었고 그러한 그들의 부와 여유로움이 TV화면에 노출되는 경우도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알고자 하면 알아낼 수 있었을 그 출연자들의 "부"의 규모와 그들의 "넉넉함", 그리고 화려한 "치장"과 그들이 살고 있을 "넓고 비싼 집"이 관전 포인트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2) 2013년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질성
그리고 당시에도 연예인들의 고급 주택과 넓고 부유한 삶이 TV공중파에 화려하게 등장한 시기는 2013년 전후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개인적 경험으로 내가 보는 공중파로 한정하여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이전에 더 부유한 연예인들의 삶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있었다해도 본 글의 취지와는 맞지 않기에 "슈돌"을 얘기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넓직하고 부유해 보이는 환경은 참 부러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억나는 건 '저 정도 환경'은 되어야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각인되었던 시기였다. 거기에 출연한 연예인들과 유명인들은 넓은 공간에서 촬영진이 은폐/엄폐한 상황에서도 널찍한 거실과 아이들 여럿이 뛰어놀아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일 때도 "큰 소리"로 "누구야. 밥 먹자" 할 정도의 공간에서 "환하고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보여줬다.
TV를 보면서 귀여운 아이들이 집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고 생각되고 재미도 있었지만, 한켠에선 만일 내가 처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가 행복할까?" 하는 두려움이 일어났다. 또한 저 넉넉하게 사는 연예인들처럼 그들에겐 별거 아닌 "값비싼 소고기를 억지로"라도 먹이려 하는 시도를 "난"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솔직히 그 당시엔 아이를 낳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 곁에서 웃고 떠드는 어린 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당시 난 집사람과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우리와 혹시 "태어날지 모를 아이"를 위해서 나은 선택임을 강변했었다. 여유 없는 삶에서 아이마저 삶에 찌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 有閑階級(유한계급)을 꿈꿨다.
有閑階級의 한자는 어려운 뜻이 아니다. "한량"을 말한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한량"을 말한다.
유한계급에서 과시적 소비와 근로없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등의 나쁜 이미지를 제한 것만을 말하고자 한다.
이후 이 글에서 말하는 유한계급은 "베블런"이 말하는 의미의 "유한계급자"가 아니다.
조금은 한가롭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위해서 애써야 하는 삶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경제적 여유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필자가 살아온 인생에서 1997년~1998년에 이르는 IMF와 2002년 월드컵, 2008년 금융위기들은 내가 경제적 결정을 할 때, 상당히 큰 운신의 폭을 제한했다. 이 당시에도 "난 부동산 투자로 100억을 벌었다." 혹은 "주식투자로 100억 부자 되기"와 같은 류의 책들은 많았다. 또 "10년 10억 만들기"와 같은 커뮤니티들도 유행하던 시기다. 난 가장 후자를 선택하여 매우 근검절약을 했으며, 결혼 후에도 집사람과 허리띠를 졸라맨 생활을 강요했다.
바로 유한계급을 꿈꿨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를 바랬다. 물론 내가 바란 "경제적 자유"는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서 남에게 굽신거리며 살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자유였다. 일은 하되 당당히 나아갈 수 있을 정도의 "부"를 꿈꿨다. 그래서 아이를 포기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은 주로 한 명의 아이를 0세에서 25세까지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는데 3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던 때였던 것 같다. 만일 이렇다면 분명히 이건 내 인생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 요인이었다.
"한가로운 시간을 갖을 수 있는 "有閑"(유한)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전 내 지상과제였다. 아니 우리 모두가 갖은 희망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60세, 70세, 80세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있다. 다만, 그들의 일하는 목적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위한 "일"이라면 이것은 매우 비참한 삶이라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삶은 비참하다"라는 것이다. 언어유희 따위로 노년에도 일하는 행복한 삶이란 어처구니없는 주제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서 일해야만 하는 삶"을 보거나,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래서 유한계급을 꿈꿨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렇지 않나?
평생을 통해서 "생애 총소득"이 무한히 증가하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유한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포기"라는 말이다. 그 포기가 무엇이든 말이다.
3. 생애총소득과 소득기간, 거주비
有閑(유한)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애총소득의 예산을 잡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나의 "유한"의 개념은 죽는 그날까지 일은 하되,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서 "남에게 굽신거리지 않을 정도"의 자산을 갖춰야 했다. 물론 교육을 더 받고 노조가 빵빵한 대기업에 취업하여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임원까지 승진하고, 기업을 만들어 큰 부를 일군 사람이라면 그의 생애 총소득은 가히 엄청날 것이라 생각한다.
1) 중위소득 2025년 1인가구 239만2천원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삶을 살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2025년 1인가구 중위소득은 월 240만 원 이하다.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소득자들을 일렬로 늘어놓았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소득이 그렇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보다 더 버는 사람들이 50%가 있고, 이보다 더 소득이 낮은 사람이 50%가 있다는 의미다.
아래 기준으로 22년 주된 직장에서 근무하고, 중위소득보다 15%높은 월 급여를 받는 조건에서 총소득은 280만 원 / 월 기준.
주된 직장에서 총 소득은 7억 3천만 원이다. 물론 급여 인상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대략 8억 원이라고 쳐도 된다. 임원이 되어 스톡옵션등을 받는 건 예상외니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3) 번 대기업 인근 집값을 보라.
2) 대학진학율 : 2023년 76.2% ( 졸업 후 몇 년을 커리어 쌓으며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이 대학진학율은 너무나 높다. 잘 교육받은 인재들이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많다. 이들은 적어도 4년간 경제적 활동에서 정상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같은 소득활동을 제한다는 말이다. 여성의 경우엔 만 19세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23세에 사회에 나온다. 남성의 경우엔 19세~23세 사이에 군대 2년을 다녀와서 바로 복학하여 대학을 졸업한다면 26세에 사회에 나온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다면 말이다. 이들이 석사, 박사 과정 혹은 졸업을 연기하며 대기업 취업을 준비한다면?
뉴스에서 나오는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기는 49.4세다. ( 27세에 취업하여 22년 정도 주된 직장에서 근무 후, 퇴사 )
3) 대기업 인근 집값 : 강남구 전용59타입 아파트 21억 4천만 원(2025년 4월)
데이터 : https://www.popin.kr/APT_reports/?district=%EA%B0%95%EB%82%A8%EA%B5%AC
강남구 부동산 거래량 마이크로데이터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거래, 전세거래, 월세거래 현황과 선호되는 거래유형 의 아파트 거래유형(매매,전세,월세)의 월별 현황 시각화
www.popin.kr
강남구는 집값이 비싸니 다른 곳을 둘러봐도 아파트 가격은 싸지 않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강남 인근에서 오피스텔, 다가구, 빌라 등에서 월세 거주를 많이 한다. 이들이 월세 등의 "거주비"를 사용하면 그들의 소득이 아무리 높다 해도 그들에게 남는 잉여자금은 많을 수 없다. 또한 그들에게 저렴한 경기도 외곽의 아파트를 "임대아파트"로 공급해도 출퇴근 시간이 왕복 3~4시간이 소요된다.
그나마 젊고 혼자 산다면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한데 덜컥 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는가? 그리고 그들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다니며 "중위소득"보다 5~15% 높은 급여를 받는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월 소득 전체를 "거주비"로 지불하고 굶던지 회사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1인가구 중위소득으로 강남구 대기업 인근 집을 살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70%는 강남구의 집을 살 수 없다. 그럼 중심업무지구 근처로 거리에 따라서 가격이 낮아지는 곳을 선택하여 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모두가 강남구에 있는 대기업에 갈 수도 없고 말이다.
4. 유한하고 싶지만, 유한할 수 없다. 그러니 포기할 것이다.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예로 들어서 설명했다. 그리고 보통의 출산은 그러한 일반적인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경제적 활동을 통해서 부를 모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많은 비율에서 이러한 경로 경향성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물론 예전에 말이다.
지금 시대에 젊은 이들에게 이런 전형적 인생경로를 말하면 "꼰대"가 되고, 그나마도 대기업에 "취업"이 된 사람들은 선택적 "포기"를 통해서 지금의 합계출산율 0.7이란 숫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이하의 직장에서 "중위소득" 수준과 그 이하의 소득을 버는 사람들은 "강제적 포기"를 당하고 있다. 여기서 강제적 포기란 "출산"과 동시에 삶이 붕괴될지 모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실제로 삶이 붕괴되진 않겠지만, 그중엔 실제로 붕괴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붕괴될 것을 두려워하는 젊은 층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과거에 선배 세대들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란 "희망적"인 사람들만 가득했던게 아니다. 어쩌면 지금과 정반대로 나아가야 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필자가 말하는 과거로의 회귀는 현재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닌 순수하게 그 당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은 고작 25%~30%였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10%~20% 차이밖에 안났었던 때 말이다. 거주비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결혼한 가구의 경우 "남편"혼자서 벌어도 먹고살며,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을 정도의 물가 수준의 때로 말이다. 그게 현시점에서 가능할 것이라 여기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5. 마무리 제언
- 출산율 제고를 위한 예산들은 이제 그만하라. 그 돈을 미래산업을 위한 R&D에 투자해야 한다.
- 2025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지만, 지금의 우리경제에 뒤는 없다.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 고령자들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당장에라도 없애야 한다. 국민연금에 통합하여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데 사용하던, 이 예산 또한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 정년연장은 기업자율에 맞기고, 고령에 계속 직장에 다니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직무, 직무변경을 선택하여 재고용하되, 급여는 조정되어야 한다. 연공서열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며 절약된 급여등은 젊은 신규인력 충원에 사용되어야 한다.
- 대기업 본사와 연구시설,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을 분산시켜야 한다. 당연히 수출, 내수, 생산 등의 여건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고용이 크게 일어나는 본사, 사무실등을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서울에 대기업과 기업들의 본사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외국에서도 인재가 오는데 서울이어서 외국인재가 오던가?
-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일업무 동일임금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 기업의 "정규직", "비정규직", "계약직" 차별이 철폐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직원이라면, "고졸"과 "학사"가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 더 잘하는 사람이라면 학력 따위로 급여 차별을 두는 악습을 철폐하라. 더 벌고 싶으면 더 잘하면 그만이다.
- 모든 교육의 목표가 대학진학이 되어선 안된다. 교육부가 아무리 감언이설로 포장해도 우리나라의 모든 기본교육과정은 대학진학에 맞춰져 평가되어진다. 이 폐단을 없애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학력에 따른 차별도 사라져야 한다.
- 정직원 뽑는게 해고에서 어렵기 때문이라면 이 부분은 "고용유연화"를 위해서 적절한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회사라면 일 잘하는 사람을 이유 없이 해고시키지 않는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일 잘하고 회사에 이익이 되는 사람을 해고시키는 사장은 없다. 보통 중간관리자나 직원 간 괴롭힘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인간들을 잘라내는 게 회사에 더 큰 보탬이 된다. 즉 정치질이나 하는 관리자, 직원들을 해고시키는데 왜 못하게 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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