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낮은 혼인율과 저출산을 걱정하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순간. 난 나와 내 나이 또래의 인생살이에 대한 조사 응답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정확히는 경제적 삶에 대한 지금 이순간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그들도 나처럼 힘든지 궁금해졌다.
1. 소비자동향조사의 40~50세 내 동갑내기들의 경제인식
(1) 소비자동향조사 - 현재생활형편에 대한 인식
조사가 개시된 2008년 7월은 리먼사태로 불리는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의 시절이다. 그러니 현재 삶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다. 아주 잘 조사된 내용으로 보인다. 이때 회사 생활은 정말이지 살얼음판이었다. 더 힘들었던 것은 당시의 기억으로는 달러원 환율의 급등으로 주 원자재인 "스틸코일"의 가격이 급상승하며, 가격인상으로 고민했던 것이었다.
철광석 가격도 상승했고, 철광석을 사오는 달러도 오르고 회사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다. 급여도 밀렸고 회사의 직원들도 한둘 떠나는 시기였다. 영업 다니며 고객사들에 이런 저런 상황을 설명하면 납득은 하지만, 그들도 어려워 했다. 한마디로 다 힘들었던 시기다. 하지만 오히려 다 힘들었기에 서로서로 이해하며 견뎌냈던 것 같다. 물론 일부의 거래처들은 수금일을 몇개월씩 넘기며 끝내 "욕"나오게 만드는 곳들도 있었지만, 다들 힘들었기에 서로서로 "힘내시죠" 하며 견뎌냈었던 것 같다.
살림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조금 더 넓은 분양전환되는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던 때가 2010년 이었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극적으로 나아지진 않았었다. 다만, 12평 아파트에 살던 때보다 건강은 확실히 나아졌다. 비좁고 곰팡이에 시달리던 세간살이 걱정도 사라졌고, 여름철 옆 공장지대에서 몰려오던 매캐한 냄새로 부터 멀어지자 아내의 건강도 점차 좋아졌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에 대한 계획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뒤로 미뤄야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아이를 싫어 했던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우선은 나와 내 아내의 생존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2018년까지 더 절약하며 살았었다. 절약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런 시절을 살았고, 그렇게 살았던 것이 되돌아 보니 최선이었다. 그렇게 조금 나아진 상황에서 약간의 사치로 제주여행을 몇년간 다녔었다. 생각해 보니, 딱 아래의 현재 생활형편에 대한 인식의 기간 중, 가운데 어디즈음에 내 삶의 궤적이 그려져 있는 것 같다.
다른 또래의 생각은 잘 모르겠으나, 우리내 인식 깊숙히 "위기"라는 트라우마가 깊숙히 자리잡힌 것 같다. 그리고 위험 회피에 대한 고민이 자리잡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40대 중반은 그래서 더 고단하다.
(2) 소비자동향조사 - 40대 가계수입에 대한 전망
지난 번 MZ세대의 조사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이런 설문조사에서는 늘 희망이 섞인 전망을 한다. 가계수입이 증가할 것이란 희망으로 살아가는 거다. 하지만 이런 희망섞인 설문조차 기준점인 100을 간신히 넘는 시절이 대다수고, 그나마도 2020년 코로나와 함께 꺽이고 있다.
나 역시 어제보다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그게 쉽지 않은건 나만 느끼는 현실감각은 아닐것 같다. 그 부분이 코로나가 끝난 요즘에도 소득에 대한 희망섞인 전망조차 기준점을 넘지 못하는 우리내 40대이상의 삶 그 자체인 것 같다. 물론 우리 나이대에 엄청난 자산을 일군 아주 일부의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40대는 향후 가계수입에 대한 전망조차 기준점인 100을 넘지 못하는 현실적인 전망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3) 소비자동향조사 - 40대 생활형편전망 (떨어지는 회복 탄력성)
아래의 그래프를 보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또래의 40대와 50대의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MZ세대의 생활형편전망은 "V"자 모양의 회복탄력성을 보이지만, 우리내 40~50대의 전망은 "L"자 모양으로 횡보하다가 회복한다. 아니 회복한다기 보다는 최악보다는 났다고 생각할 뿐이다. 희망섞인 전망조차 MZ의 생활형편전망CSI에 비해서 낮게 나타난다.
MZ가 젊음과 희망을 품고 있다면, 우리세대는 희망보다는 지금의 현실을 유지하고 관리해 내는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전망의 진폭이 MZ세대에 비해서 상당히 크고 깊다. 이전 MZ세대의 진폭이 기준점 근처에서 상하 움직임이라면 40~50대는 90~100으로 진폭이 상당하다. 충격에 민감한 것일 수 있고, 전 세대를 통털어서 가장 정책적 혜택이 없는 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다. 실패하거나 회사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이 오면 바로 "나락"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2022년내내 그들의 전망CSI는 8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자산이 거품일 수 있다는 두려움과 그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와 같은 조직이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불안감까지 혼재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2023년 11월 단기적으로 반등했으나 그들의 심리는 2023년 12월에 조사한 결과가 나왔을때, 아마 다시금 80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
2. 소비자동향조사의 위기의 40~50대
(1) 현재가계저축CSI
현재가계저축CSI라니.... 이것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설문조사의 문항을 살펴봐야 했다.
문항은 아랫쪽에 캡쳐본을 넣어 뒀는데, 결론적으로 6개월 전에 비해서 현재 가계저축의 증감여부로 보인다.
기준점은 6개월전과 비슷하다는 것이고 그 이하라는 것은 감소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리고 40~50대의 가계저축은 6개월 전보다 감소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나이대는 인생의 소득그래프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얻는 기간이다. 회사에 다닌다면 중소, 중견기업이면 최소 부장, 이사급의 위치에 있을 나이기도 하고, 팀이나 부서장으로써 회사에서 관리직의 거의 정점에 있어야 할 시기이면서, 반대로 가장 많은 지출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교육비 지출과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이 모일리 없다. 그나마 주택이라도 대출없이 싸게 구했다면 이자라도 덜 나갈테지만,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장담컨데 죽어도 못 갚을 빚의 굴레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주택가격의 하락시기에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 좋게 내다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속편하게 노후준비를 할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다. 그게 우리내 인생인 것 같다.
현재가계저축 문항 | 미래가계저축CSI 문항 |
(2) 40-50대의 인생과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냥 힘들게 살아왔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렇고. 늘상 딸에게 말해주는 "넌 여행도 다니고, 클럽가서 놀고 즐기며 살아라" 라고 하는 말은 과거의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쉬지도 못하고, 놀줄도 모른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늘 신경은 곤두서서 필요없는 스트레스까지 받는 인생말이다.
자식에게 그런 삶을 권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를 포함한 40~50대는 그런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 우리의 선배세대들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더 힘들게 살았다며 우리 세대를 자신들보다 나은 세대라며 혜택들은 모두 가져갔다. 그리고 우리의 조카, 자식세대들은 초 파편화된 세상과 조금 더 풍요로운 환경에 익숙하여 우리 세대들을 "꼰대"로 치부한다.
젊은 직원들을 십여명 관할하던 부서에서도 위와 같은 상황은 빈번히 일어나던 일이다.
계열사 이사, 상무, 사장들의 무리한 업무요구와 힘들어서 울던 여직원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던 선택은 말 그대로 몸으로 떼우는게 전부였다 싶었다. 그렇다. 말 그대로 "낀"세대고, 정책에서 "제외"된 세대가 우리 세대다.
1년전 나보다 2살 어린 후배가 잠 자다가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했을때의 착잡한 마음과 무력감이 나 혼자만의 망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사하다가 위안을 얻었다.
우리 세대를 더 알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정보와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연한 저출산 국가 한국 - 1. 연도별 월평균임금(실질임금, 명목임금) (4) | 2023.12.29 |
---|---|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2023.12.28) (2) | 2023.12.28 |
꼭 알아야할 상식-이자소득과 이자소득세, 지방세 (4) | 2023.12.19 |
월평균 임금 및 임금상승률과 물가, 결론적 저출산 (0) | 2023.12.14 |
INDEX-4. 보험계약해지 환급금과 효력상실 환급금 지급규모 (2) | 2023.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