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바로 잡아야 할 생각들이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잘못된 생각들이 의사 이전에 한 명의 사람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직업에 대한 악마화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1. 의사의 파업(?)
아니다.
의사들은 그들의 직장인 상급 의료시설에서 사직했다.
자꾸 의료파업이니 파행이니 그러는 글과 유튜브들이 보이는데 그들은 사직한 것이다. 직장에서 그만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파업하는 게 아니다.
일이 힘들어서 사직하는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2. 응급실 뺑뺑이
이번에 몰랐던 병원의 응급실 관련한 좋은 유튜브채널이 있어서 참고영상으로 올린다. 의사와 관련한 어떤 이해관계도 없고, 의료현장의 상황도 모르던 내가 좋은 내용을 본 계기다.
우선 지금의 응급의료 파국과 기존의 응급실 뺑뺑이라 불리던 사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소위 바이탈과(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의료 분쟁과 관련한다는 사실도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운 것인데, 군의관들을 응급실 배치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배치된 곳과 실상은 다르다는 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잘 못 알고 있는 의사들의 행위다. 응급의학과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병원의 가용가능한 역량을 알고 있다. 모든 병과 모든 중증환자를 돌보는 게 가능한 "닥터 김사부"같은 의사는 손에 꼽는다는 사실이다. 치료와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이니까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건 나이브한 생각이다.
영업사원이 회계를 다루는게 쉽지 않듯, 생산라인의 상황을 알 수 없듯 말이다. 이게 의료분쟁과 연관하여 상당히 오랜 시간 누적된 피해의식이다. 고치는 치료를 할 수 없다면 환자를 못 받겠다고 하는 게 오히려 환자를 위해서 나은 선택이라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의료교육과 병원시스템이면 그래도 환자를 받아서 조치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일반인들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허준 드리마"의 허준의원은 실제 세상엔 없습니다.
3. 직업 선택의 자유
우리들이 직장 생활을 하건 장사를 하건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의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상급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들도 전문의가 될 수 있고, 대학병원에 남아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3차 병의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들도 전공의들처럼 공부하고 시험봐서 전문의가 되고 동네에 병원을 개원하거나,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러면 대학 병원처럼 상급병원은 지금처럼 굴러가지 못하는 파행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료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수 밖엔 없다.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기 위해서 몇 달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게 OECD평균이니까. 그게 개혁인가?
잘 모르는 분야고 직종이지만 선후를 골라서 개혁하고자 했다면 의대 증원은 가장 마지막 선택이었어야 한다.
필수의료과의 현장에서 의료분쟁에 대한 보호장치와 수가의 인상으로 만성 적자의 진료과에서 탈피시켜 주는거 우선이었어야 한다.
막상 응급실 파행되니 긴급하게 수가 인상시켜 주겠다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늑장 임시대응이 아니라 말이다.
참고영상
배장환교수님도 사직하고 부산 병원에 취업하셨다고 하는데, 의사를 그만두는게 아니라, 천대받는(?) 전공을 안하려 하는 것이고, 이 와중에 의대정원도 한꺼번에 2000명이나 증원되면 그렇지 않아도 안가려던 바이탈과로 사람들이 모일 것인가?와 그들을 누가 어디서 가르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현업 최전선에 계시던 분의 말씀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https://youtu.be/5QAfZPT8lT8?si=h7677gG7BziD8XGP
'Father's 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문샤시 모헤어 교체 작업 견적비용. 비싸서 직접 해봤는데 어렵다. (5) | 2024.10.13 |
---|---|
아미고 나초 그랩앤고 치즈-쿠팡 반품철회와 이후 과정(1) (4) | 2024.09.21 |
코로나19(KP.3변이)의 재유행 조짐과 준비조차 안된 펜데믹 대응 (0) | 2024.08.09 |
인텔의 주가 폭락과 "intel inside"의 추억 (1) | 2024.08.04 |
티메프 사태의 본질적 문제와 착각. 채권자가 된 셀러, 파트너사들. (0) | 2024.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