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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의 과정 (그들은 아파트 가격의 전문가였나?)

부동산마이크로데이터 2023. 7. 2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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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가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 주위에 살고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한 환상을 갖게되며 시작된다.

 

 

세상엔 성공의 경험을 먼저 맛보고, 그 방법을 공개해서 마치 그 분야의 전문가인양한다. 자신이 했던 일들을 복기하는 과정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유튜브,강좌를 통해서 부동산의 신이라 불리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사례를 조금 차용하여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투자를 쉽게 생각하고, 저금리를 이용하려한 일반 소시민이, 은행의 탐욕과 만나며 유동성이 넘치던 불과 얼마 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희망의 2021년

나는 유튜브 부동산 분석 방에서 유료상담을 신청하여 경기도 고양시에 아파트를 구매했다. 향후 재건축 이슈가 있을 뿐만아니라, 더블역세권(KTX, 행신역)이 있는 지역이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운이 좋게도 직전거래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강력 추천을 받았지만, 의구심이 들던 나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큰 운을 사용한 기분이었다. 부동산 사장님도 싸게  잘 샀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7%로 아주 저렴했다.
부동산 정보방에서는 향후 경기침체가 가시화 되면, 한국은 행은 죽었다 깨어나도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마음이 놓였다.

10년 넘게 모은 돈 2억과 대출받은 3억 3천만 원을 합쳐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 외 등기비용 같은 하찮은 비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밝은 미래만 보였다.

희망의 2021년?

열심히 갚으면 금방 갚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던 대출금과 이자는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었다. 외벌이 집에서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대출원금과 이자는 매달 숨통을 조여왔다. 그래도 집값이 오르면 이 모든 고민은 해결될 테니 걱정하는 모습은 숨기고 집사람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원금 균등상환은 대출 상환이 계속될수록 이자가 줄어들어서 5~6년만 지나면 그래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여겨졌었다.

 

드디어 급등이다

모든 걱정을 보상받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계약했던 시점이후 가격이 급등하더니, 7억을 곧 넘길 것 같은 가격이 보였다. 난 부동산 앞을 지나다니며 연신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술자리에 가서도 부동산 성공투자의 비법을 논했다.
 
"자산은 쌀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거야"
 
난 자신 있었다. 분명히 8억을 넘을 것이고, 그때는 미련 없이 털고 나가리라. 일단 집사람과 딸을 위해서 좀 고급스러운 가방을 선물했다. 이자를 내고 나면 빠듯했지만 카드로 계산하면 문제없었다. 2021년 말의 기준금리 0.25% 인상은 고작 몇 차례 올리고 말 이벤트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게 분명해 보였다. 부동산 투자카페에선 나의 사례를 홍보하며 성공투자의 비법을 타이밍과 결단력이라 추켜세워줬다. .

슬슬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가격을 보다가 가능성을 찾았고, 다시 부동산 정보방에 유료상담을 통해서 더 유망한 지역을 소개받았다. 
 
"아. 돈은 이렇게 버는 거구나... " 
 
신세계가 나에게 열렸다. 이때까지 내 집의 가격은 계속 오른다고들 했다.

집을 전세 놓고 본격 투자판에 뛰어들다.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5억. 지금 내 집의 시세가 7억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다지 무리한 전세가격이 아니었다. 부동산도 전세가격 맞춰주겠다고 하며, 백석동 집의 계약을 자신에게 의뢰해 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못 이기는척 싼 물건 가져오면 실장님이랑 할께요. 너털 웃음을 지었다.

집사람에겐 금리는 일시적인 상승이니, 지금 집을 전세놓고 조금더 대출을 받아 새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대출 털면 월 이자 조금 줄어들 뿐이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신세계를 본 내 경험담을 얘기해 줬다. 미래의 경제상황이 눈앞에 선했다. 한은도 연준도 일시적인 물가상승에 마음 쓸일 없다는 부동산방의 말을 믿었다.

언론과 유튜브 경제전문가들의 말은 한결 같았다. 그때 조심했어야 했다. 제목밑에 작게 씌여진 글귀를 말이다.

"투자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 전세금으로 대출을 갚는 게 아니라, 유망한 지역에 재투자하는 게 훨씬 큰 이익이 날 것을 설명했다. 집사람은 불안해 보였지만, 우린 이미 성공한 가정이었다. 

새집.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가치를 몰라보고 내가 사려는 아파트를 매도하고들 있었다. 하지만 고작 몇건이었고, 내가 사려는 금액과는 차이가 좀 있었다. 그때 부동산에서 이민가야 하는 사람이라서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물껀을 소개해 줬다.  기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민 간다는 사람이 불쌍해 보였다. 하. 최소 2억을 놓치는구나... 안타까우면서도 들뜬 마음이었다. 최종 7억5천.
한번더 확인차원에서 부동산방을 훑어본다. 부동산방에선 일산소사선 개통되면 최소 2억 이상의 차액은 안전마진이 무조건 실현 될꺼라 했다.

난 전세계약금 받아놨던 걸 급하게 계약금으로 걸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7억5천이란 가격 자체가 엄청나게 저렴한 거라고 잘 사는 거라고 또 한 번 칭찬 일색이었다.

그리고 전세계약자와 인사하고 계약 후, 잔금까지 받아서 은행에 다시 방문하여 추가 담보대출을 3억 받았다. 
 
전세보증금 5억 + 담보대출 3억으로 집값을 치르고, 우린 기존에 낡았던 가구와 침대, 딸아이의 책장, 책상, 컴퓨터 등을 모두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집사람에겐  장보기 불편하니 소형 스파크도 하나 사줬다.  대출받아 놓은 5천만 원 정도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은행에 비상금으로 해놨다. 매달 저축계좌에서 원금과 이자가 2군데씩 나갔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또다시 급등할 집이 있으니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우리 가족의 꿈은 2년도 걸리지 않아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1년도 안되어 4프로를 넘겨 버렸다. 한국은행은 2.75가 되었다. 대출받은 금리는 2프로 중반에서 5프로가 되었다.

내가 5억 3천에 샀던 첫 집은 실거래가가 4.5억 이하가 찍혔고, 새 집이라고 좋아했던 집의 가격도 속절없이 떨어져 버렸다. 무엇보다 급한 건 전세만기가 되가는데, 분명히 전세시세가 5억이었던 집의 전세시세가 3억 5천까지 떨어졌다. 대책이 서지 않았다. 머리가 하얘졌다.
시중은행에서의 대출이 6억 3천이고, 전세보증금이 5억이니, 11억 3천의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아내에게 지금 살고 있는 새집이 시세가 6억이 되었고, 예전집이 시세가 4억 5천이라고 설명해 줬다.
빚은 11억 3천이고 모든 자산을 팔아도 10억 5천밖에 안된 다는 것도 설명해 줬다. 부동산 정보방에 사정하며 메달렸지만 강퇴당하고 말았다.

분명히 난 내 돈 2억을 투자했었는데...  다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모자르게 되버렸고, 내돈 2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파산을 결정하다.

난 우선 집사람을 처갓집으로 보냈다.
우선은 당분간 그곳에서 지내고 있으라고, 그리고 백방으로 부동산을 다니면서 제가격에 집을 팔아줄 것을 부탁했다. 거래도 드문판국에 제값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만 했다. 7억5천이면 엄청싼거라고 하던 가격이 6억에 급매를 내놔도 팔리지 않았다. 금리도 속절없이 오르고 있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단계가 되었다.
 
난 파산전문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서 사정을 얘기했다. 
전세 세입자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전세금이 집값보다 비싼 상황에서 그들을 챙길 양심따윈 내겐 없었다. 파산면책으로 결정했다. 대출받아서 보증금 돌려주면 빚만 3억이 넘는 상황에 집값도 속절없이 떨어지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위의 이야기는 그냥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2023년 6월 임대인 설문조사에서 역전세를 예상 못했고, 주택가격보다 높은 역전세가 발생했을 경우, 대출받아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것인가에 대하여 임대인의 20%는 "그냥 파산하겠다"는 답변을 토대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이런 부류의 임대인들은 형사사건에 해당하지 않기에 이런 사안의 전세 임대인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껏 내놓은 대책이 역전세보증금 상환을 위해서 규제마저 무력화시킨 DTI 60프로와 금융권의 요구인 선순위 근저당을 하면 전세가 추락이 자명하니 역전세 보증보험을 만들어 허그를 누더기로 만드는 정책을 입안한 위정자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고 비 정상적인 탐욕을 꿈꾸게 했는지는 자명합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 기름을 부은 소위 전문가란 사람들이 그 대상입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벌써 개꿀에 세배레버리지 가능하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탐욕에 더큰 먹잇감을 주고 언로과 경제전문가를 동원해 가계부채의 총량이 문제없다고 떠드는 세상이 언제까지 갈지 막막합니다.

<참고 : 위에 표시된 차트의 사례는 예시용 차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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